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8일 서울 성수동 헤이그라운드빌당에서 열린 제3차 일자리위원회에서 ‘사회적경제’를 일자리 창출과 양극화 해소의 열쇠로 제시했다. (사진=뉴시스 제공)

[뉴스포스트=이인우 기자] 문재인 정부가 ‘사회적경제’를 일자리 창출과 양극화 해소의 열쇠로 제시했다.

하지만 국내 경제구조와 국민 인식 등 사회적경제를 수용할만한 토대가 약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8일 서울 성수동 헤이그라운드빌당에서 열린 제3차 일자리위원회의 모두 발언을 통해 “사회적 경제는 우리 경제가 직면한 고용 없는 성장과 경제적 불평등을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사회적경제는) 일자리를 늘리면서 동시에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착한 경제”라며 “혁신 창업과 사회적 경제는 경제 영역을 획기적으로 넓히고 동시에 청년 일자리 창출에 크게 기여하게 될 것이다. 이를 위한 경제 생태계를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를 위해 공적 보전 확대, 공공 조달 우대, 공공기관 우선 구매, 전문 인력 양성의 정책 지원을 강화하고 사회 서비스 도시 재생, 소셜 벤처 등 다양한 분야로 사회경제적 기업이 진출할 수 있도록 적극 돕겠다”고 약속했다.

◆유럽서 200년 이상 걸린 경제모델 10년만에 완성?

정부는 ‘사회적경제 발전단계’에 대해 지난 2012년까지를 도입기로 보고 2022년까지 성장기를 거쳐 2023년 이후 성숙기가 시작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18세기 말 유럽에서 태동해 200여년에 걸쳐 자리 잡은 사회적경제가 불과 10여년만에 자리 잡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더욱이 정부의 사회적기업 지원에 대한 일반 기업 등의 반발이 불거질 수 있다. 특히 구성원 간 이익공유를 토대로 하는 사회적기업에 대해 보수 계층이 ‘색깔론’을 들고 나올 경우 사회 갈등이 커질 수도 있다.

지난 2011년 정부가 사회적기업형 대안주유소 설립을 추진하다 주유소업계의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 당시 지식경제부는 공익단체와 공공기관, 대기업과 소상공인들의 공동출자하고 석유공사가 싱가포르 국제시장에서 석유제품을 구입해 프랜차이즈 형태로 공급하는 방식의 대안주유소 설립을 추진했다.

이를 위해 국·공유지와 공공개발 택지를 이용해 초기투자비를 낮추고 정부가 보조금을 지급하는 공적지원 방안도 제시했다. 이에 주유소 업계는 시장논리를 앞세워 크게 반발하면서 정부 방안은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국회는 지난 2016년 발의된 ‘사회적경제기본법안’ 2건과 ‘사회적경제기업제품 구매촉진 및 판로지원에 관한 특별법안’ 등 3건의 관련 법안을 경제재정소위원회에서 심의 중이다.

유승민 의원 등 15명과 윤호중 의원 등 27명이 발의한 ‘사회적경제기본법안’은 ‘사회적경제조직은 발생한 이윤을 구성원 공동의 이익과 사회적 목적의 실현을 위하여 우선 사용해야 한다’는 조항을 골자로 한다.

또 국가의 책무로서 ‘관계 중앙행정기관과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세제·판로·연구개발 등 지원제도를 연계·통합한 사회적경제조직에 대한 맞춤형 지원방안’ 마련을 명문화하고 있다. 이밖에 ‘사회적경제 자본시장 조성 및 사회적경제 발전기금’을 확보, 운영토록 했다.

특히 법안은 정부가 공공부문 조달사업에 사회적기업 제품 구매를 의무화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정부가 사회적경제를 활성화를 위해 이같은 지원에 나설 경우 민간기업의 차별 논란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

◆이익분배에 대한 사회적 인식 낮아 갈등 요인으로

실제로 정부는 국가나 지자체가 사회적경제기업이 공급하는 물품과 서비스를 우선구매하도록 의무화할 예정이다. 취약계층을 일정비율 이상 고용한 사회적기업·사회적협동조합·자활기업 등 사회적경제 기업을 위한 수의계약제도를 신설해 판로를 지원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국민의 사회적경제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것도 문제다. 보수적인 일부 국민은 ‘사회적’ ‘공유’ 등의 말에 반감을 갖기도 한다. 초창기 사회적기업, 사회적협동조합 등을 시작한 사업주체 중 일부가 1980~90년대 학생운동권이란 점도 보수계층의 선입견을 키우고 있다.

이같은 부정적 인식을 바로잡기 위해 정부는 초중교 정규 교육과정에 사회적경제 교육을 확대하고 지역학습공동체 지원 등 사회적경제 평생 학습기반을 구축키로 했다. 사회적경제 지도자와 전문가를 양성하는 대학 내 사회적기업 리더 과정 및 대학 평생교육체제 사업도 확대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사회적경제기업 창업가를 양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아직 취약한 사회적경제 기반도 문제다. 사회적경제 관련 법적 근거는 지난 2007뇬 처음 마련됐고 2011년 마을기업 관련법, 2012년 12월 협동조합기본법 등이 제정됐다. 특히 협동조합의 경우 기존 조합원 300명 이상의 설립조건을 5명 이상으로 크게 완화한 법 시행과 함께 2013년 신규조합 설립 붐이 일었으나 현재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지난해 기준 사회적기업(1713개), 협동조합(1만640개), 마을기업(1446개), 자활기업(1149개) 등 주요 사회적경제 기업 수는 총 1만4948개에 머물고 있다. 이 가운데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을 기대하며 사회적협동조합 등을 설립한 뒤 실제 활동을 하지 않는 곳도 적지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

고용 규모 또한 사회적기업(3만7509명), 협동조합(2만9861명), 마을기업(1만6101명), 자활기업(7629명) 등 9만1100명에 불과하다.

정부가 롤 모델로 삼는 EU의 사회적경제 고용 비중은 평균 6.5%인 반면 우리나라는 1.4%에 불과하다. EU는 GDP의 10% 정도가 사회적경제 분야에서 나온다. 영국과 이탈리아에서 각각 공업과 농업 분야의 사회적협동조합 운동이 활발했던 유럽은 벨기에, 네덜란드 등에서 사회적경제가 크게 활성화되고 있다.

◆유럽식 공유경제 모델 자리 잡느냐에 성패 달려

문재인 정부가 사회적경제를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하려면 미국식 자본주의의 틀을 유럽식 공유경제 체제로 바꿔나가야 한다. 하지만 현재 시장을 이끌고 있는 경제주체들의 인식변화를 이끌어내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함께 일해 이익을 고루 분배하는 공유보다 이익을 독점하는 시장구조가 더 익숙한 탓이다.

사회적경제 실현의 모델로 꼽히는 한국택시협동조합(COOP TAXI)은 택시기사들이 2500만원의 조합비를 내고 동등한 권리를 갖는 조합원이 된다. 현재 170여명의 조합원 기사들은 일반 법인택시 기사들의 월 평균 급여 150만원보다 많은 250만원의 수입을 올린다.

하지만 일부 기사에 따르면 조합 관리부서의 고압적 태도에 협동조합에서 탈퇴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한 때 250여명에 달하던 조합 가입 대기자가 큰 폭으로 줄었다고 한다.

문 대통령이 그리고 있는 사회적경제를 통한 정의로운 경제구조 실현이 쉽지 않은 이유다. 한국에서 사회적경제 모델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경영주체의 상생의지와 근로자의 나눔에 대한 관용성이 먼저 자리 잡아야 한다. 특히 이같은 경제구조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만들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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