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중장년 '생애설계준비' 체계적 분석

[뉴스포스트=강대호 기자] ‘생애 설계 준비’는 정답 없는 문제다. ‘생애 설계’는 자신의 생애 목표를 수립하고 그 실현 방법을 구체적으로 계획하는 것을 말하는데 여기에 ‘준비’까지 추가해 물어본다면 각자 처한 상황에 따라 다르게 대답할 테니 말이다. 

그래서 ‘생애 설계 준비’를 정책적으로 지원하기 위해서는 먼저 대상군을 유형화할 필요가 있다. 대상군이 특성에 따라 몇몇 유형으로 묶인다면 인구통계학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데다 이를 기초로 정책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자체 중에서는 처음으로 서울시가 관내 중장년들을 대상으로 관련 조사를 벌여 유형별로 분석했다.

서울시는 중장년 세대의 생애설계준비 유형화 분석을 진행했다. (그래픽=뉴스포스트 강은지 기자)
서울시는 중장년 세대의 생애설계준비 유형화 분석을 진행했다. (그래픽=뉴스포스트 강은지 기자)

생애설계준비로 본 서울시 중장년

2023년에 서울시50플러스재단(이하, 재단)은 <서울시 중장년 생애설계준비 실태조사>를 실시했다. 중장년 정책 수립에 기반이 될 수 있는 경험적 자료를 구축해 서울에 거주하는 중장년들의 ‘생애 설계 준비도’를 파악하려는 목적이었다.

이를 위해 재단은 서울시에 거주하는 중장년층 11,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자신에 대한 이해’, ‘환경에 대한 이해’, ‘생애 역할 설계관리’, ‘일(경제 활동) 설계관리’, ‘재무 설계관리’, ‘여가 활동 설계관리’, ‘신체적·정신적 건강 설계관리’ 등 7개 지표의 데이터를 종합해 분석했다. 

이 지표에는 가정환경, 교육 정도, 경제 상태, 건강 문제 등을 물어보는 30개의 세부 항목이 있었다. 전체 신뢰도는 96%로 조사 도구에 대한 신뢰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7일 재단은 이 조사 결과를 토대로 <서울시 중장년 생애설계준비 유형화 분석> 보고서를 발표했다. 여기에서 대상군을, 즉 조사에 응한 서울시 중장년들을 4개의 유형으로 분류했다. 5개 유형으로의 분류도 고려했지만, 분류 사례 수가 적절하게 분포되고 여러 통계적인 기준을 충족하는 4개의 유형으로 분류했다고. 

이들 4개 유형은, 상위권인 ‘생애설계준비 우수형’, 중상위권인 ‘생애설계준비 안정형’, 중위권인 ‘생애설계준비 미흡형’, 그리고 하위권인 ‘생애설계준비 위기형’이다.

중장년 생애설계준비 4개 유형별 특성. (그래픽: 뉴스포스트 강은지 기자)
중장년 생애설계준비 4개 유형별 특성. (그래픽: 뉴스포스트 강은지 기자)

위기형에서부터 우수형까지의 4개 유형

‘생애설계준비 위기형’은 전체 집단에서 4.84%를 차지했다. 모든 지표에 걸쳐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다. 따라서 이 집단은 생계에 부담을 느낄 수 있으며 생애 설계 준비가 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연령은 45세에서 49세 비중이 높아 조사 대상자 중 상대적으로 젊은 편에 속했고, 학력은 고등학교 졸업 또는 전문대학 졸업자의 비중이 많은 편이었다. 경제 상태와 건강 상태 수준 또한 가장 낮았다. 1인 가구의 비중 및 월세 비중이 비교적 높은 편이었는데 강동구, 구로구, 영등포구에 거주하는 대상자가 많았다.

‘생애설계준비 미흡형’은 전체 집단에서 31.7%를 차지했다. 모든 지표에 걸쳐 평균 이하의 수준을 보이며 생애 설계 준비가 미비한 거로 나타났다. 

이 집단의 연령은 45세에서 49세의 비중이 높아 조사 대상자 중 상대적으로 젊은 편에 속했고, 학력은 고등학교 졸업 또는 전문대학 졸업자의 비중이 비교적 높은 편이었다. 경제 상태나 건강 상태는 중간 수준이고 미혼 또는 별거, 이혼, 사별 등의 비중 또한 높은 편으로 나타났다. 거주 형태는 전세 비중이 높았는데 강동구와 노원구에 거주하는 대상자가 많았다. 

‘생애설계준비 안정형’은 전체 집단에서 41.97%를 차지하며 이 조사 대상자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들은 모든 지표에 걸쳐 평균 수준 이상이었다. 따라서 생애 설계 준비가 안정적인 양상을 띠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 집단은 주로 55세에서 59세 사이였고, 최종학력, 혼인상태, 자녀 유무, 가구 형태, 주택 점유 형태의 특성이 전체 표본의 비중과 가장 유사했다. 전반적으로 평이하다는 평가를 할 수 있다. 이들은 자가 비중이 69.25%로 평균치를 크게 상회했고 주로 송파구와 은평구에 거주하고 있었다. 

‘생애설계 우수형’은 전체 집단에서 21.49%를 차지했다. 이들은 생애 설계 준비 모든 지표에서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주 연령층이 60세에서 64세인 이 집단은 경제 상태와 건강 상태 또한 조사 대상자 중에서 가장 높은 편에 속했다. 가정환경 특성에서는 기혼 및 사실혼 비중이 높고 2세대 가구가 많았다. 또한 자가 비중이 높아 매우 안정적인 집단으로 보였다. 주로 강남구, 강서구, 동작구에 살고 있다.

중장년 생애설계준비 4개 유형별 지표의 표준화된 척도. (사진:서울시50플러스센터 자료)
중장년 생애설계준비 4개 유형별 지표의 표준화된 척도. (사진:서울시50플러스센터 자료)

체계적 지원이 필요한 '생애설계준비'

위 조사 결과의 시사점은, 중장년 세대에게 생애 설계 준비를 위한 체계적인 정책 로드맵이 필요한데 이를 체계적으로 접근하기 위해 유형별 특성에 근거한 집단을 분류했다는 점이다. 이를 통해 생애 설계 준비가 취약한 집단을 발굴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유형화는 서울에 거주하는 중장년을 비슷한 범주끼리 분류했다는 의의가 있다. 다만 범주화의 오류, 혹은 일반화의 오류를 범할 우려가 있다. 그래서 유형을 기준으로 지원의 대상으로 삼을 때는 범주의 척도를 유연하게 적용할 필요가 있다.

위 4개의 유형은 연령이나 거주 지역 등을 각 범주의 특성으로 꼽았다. 예를 들어, 60대가 우수한 유형의 주류를 차지하지만, 이들 세대 중에서도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평균 이하의 삶을 사는 이가 있을 수 있고, 우수한 유형이 주로 산다는 강남구에도 그렇지 못한 유형이 거주할 수도 있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한편, 위 4개의 유형은 서울시에 거주하는 중장년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이지만 세부 특성들은 다른 지역의 중장년들에게도 적용할만한 시사점을 준다. 특히 살아가기 바빠서 ‘생애 설계 준비’를 엄두 내지 못하는 취약 계층을 발굴해 지원해야 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만약 중장년들에게 ‘생애 설계 준비’를 화두로 던진다면 먼저 ‘노후 준비’를 떠올리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중장년들에게 ‘생애 설계’는 남은 인생, 즉 ‘노후 대비’나 마찬가지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코앞에 닥친, 즉 헤쳐 나가야 할 노년의 삶이 떠오르는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남은 삶을 위해 ‘생애 설계 준비’를 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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